어제 찾아온
저녁노을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등대를 빨갛게
물들여 놓았다
오늘도 저무는 햇살
끝자락에 매달려
바다를 적시며 찾아와
수줍은 아이처럼
살포시 품에 안기어
여기저기 덧칠을 한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등대의
우수에 찬 애잔함은
마음속으로 서서히
녹아내린다
그대로 인해
기다리는 순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기다리는 너의 이름은
사랑이었다고
오늘도 무수히 되뇐다.
고기산 시인의 <오이도 등대 빨갛게 물들다>
지친 퇴근길, 노을을 보며 생각합니다.
하루를 뜨겁게 살아냈기에 저토록 붉은 걸까,
미련이 남아 짙은 여운을 남기는 걸까,
모두 잊고 싶어 활활 태워버리는 중일까.
노을의 속은 알 길이 없지만,
저무는 노을 따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길 바라며
오늘도 고단했던 하루를 노을 속에 풍덩 던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