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낮밤 내리던 비가 오후에 그쳤습니다
추녀 밑에 빗방울 떨어지던 소리 잦아들자
두층나무 위로 치솟는 새소리 들립니다
빗방울 무게에 허리가 휜 노랑붓꽃사이에서
어린 붓꽃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빗속에서 밭일을 하다 흙투성이 된
옷들을 빨래통에 넣으며
내일 마당 가득 내리는 햇볕에 바삭바삭
마르는 광경을 떠올려봅니다
침침하고 눅눅한 날들도 희고 보송보송하게
마르는 걸 지켜보는 시간이 오길 바랍니다
비늘구름 가득한 서쪽 하늘은
지는 해가 뿜어내는 빛을 받아 찬란합니다
비를 피할 길 없던 날들이 지난 뒤
낮은 산 위로 쌍무지개 뜨는 날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희망이 있을 것 같고
좋은 날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 믿게 하던
젊은 날은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거기까지였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날은 또 찾아오고
흙먼지 몰아치는 거리에서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리며 울던 날이 또 오곤 했지만
순진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온전히 믿고 순하게 하는 일이
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지 가슴 아팠습니다
비늘구름 지나가고 나면 광활한 하늘은
작약빛으로 세상을 덮고
하루쯤 평온한 저녁을 맞는 일
젖은 머리를 말리며 휴식의 시간에 기대어
소쩍새 소리를 듣는 일이
부디 그대에게도 내게도 지속되길 바랍니다
도종환 시인의 <쌍무지개>
삶의 희로애락이 무지개로 나타나는 걸까,
아니면 행운의 요정이 주는 선물일까.
여전히 알쏭달쏭한 무지개지만, 하나는 알 것 같아요.
비가 요란할수록 무지개는 더 선명하게 빛난다는 걸.
그간 참 많이도 힘들었으니, 인생의 흐린 날은 이젠 그만.
내일은 부디 희망의 무지개가 떠오르길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