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3 (금) 저녁연기
저녁스케치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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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연기는 어디로 가는가
그대 저문 들녘
굴뚝을 떠난 이후, 언제나
떠돌던 그림자
흐린 하늘에 비친 저녁 얼굴
그릴 수 없는 자신의 불꽃
연기로만 오를 뿐
미처 다 타버리지 못한 아쉬움조차
안타깝다.
이것은 나의 얼굴이 아닌 채
말하지 못하는 비겁함.
모두를 해결해 줄 시간은
너무 천천하다.
연기는 언제나 흩어진다.
갈 곳을 알고
너무 바삐 가버리는 그들
기다리는 허무, 끝없이
갈 곳이 있는 그들이 신기하다.
슬픈 하늘의 노래가 울리고
울려 흔들리는 내 그림자
무심히 지나가 버리는 그들 뒤에서
가슴 깊이 기침하는 그림자가 있다.
서정윤 시인의 <저녁연기>
저녁이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
그 정겨운 풍경을 이정표 삼아 집으로 돌아갔었죠.
저녁연기가 사라지고 노을이 머문 자리에
삶의 무게만큼이나 긴 그림자만 드리운 지금,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산산이 흩어져 우리를 다독여줬던
저녁연기의 포근함이 그리워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