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8 (수) 순대국밥집
저녁스케치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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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허하고
아무 곳에도 기댈 곳 없는 날은
비실비실 저녁 어스름 밟으며
시장골목길 돌고 돌아
허름한 순대국밥집 찾아들어라

문을 밀치고 들어서자마자
달겨드는 구수한 음식 내음새
순대국밥 안주하여 막걸리나 소주 마시며
크게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웃음소리
더러는 다투는 소리
그동안 내가 찾지 못하던
세상 살 재미들이 모두 여기
이렇게 깡그리 모여 있었구나

종일 두고 무쇠 솥에 국물은 끓고
김은 피어오르고
시꺼매진 벽을 등에 지고 알은 체
보일 듯 말 듯 웃음 짓는 주인 아낙네
순대국밥 마는 일 하나로 저토록
늙어버린 주인 아낙네
내가 그동안 잃어버린 미더운
사람 마음과 사람의 얼굴이
여기 와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비록 그들은 날마다 사는 일에 지치고
생채기 받지만
저토록 씩씩하게 자신들의 하루를 잘
갈무리하고 있음이여!

나태주 시인의 <순대국밥집>


시장 어귀의 허름한 국밥집.
어느 것 하나 번듯한 건 없지만
사람 사는 내음 가득한 정겨운 그 곳에서
국밥 한 그릇 앞에 두고 인생을 논하는
옆 자리 어르신의 연설에 장단 맞춰
마지막 밥 한 톨, 국물까지 싹 비워내면
종일 움츠렸던 어깨가 쫙 펴지죠.
그제야 나오는 말 ‘오늘도 잘~ 살았다’
발끝부터 차오르는 그 행복이 좋아
우린 국밥집을 찾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