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5 (목) 대추 한 알
저녁스케치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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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 시인 <대추 한 알>


대추나무는 원래 싹을 늦게 틔운대요.
그래서 죽은 척 하는 나무라고도 한다죠.

그런 느림보 대추나무를 모른 척 돕는 자연이 있어,
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나는 우리도 그럴 테죠.

끝없는 시련 속에서,
따스하게 내미는 누군가의 손길 속에서,
우리마음도 단단하게 영글어가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