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9 (월) 등
저녁스케치
2021.08.09
조회 472
나의 등을 내가 볼 수 없는 것은
다행이다
거울을 통해서만 겨우 조금 보게 되는 것이
참 다행이다
등이 가렵거나
등 뒤가 문득 궁금해질 때도
고개 돌려 뒤돌아보아도
등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나 자신에게 갇혀버리지 않는 것은
내 등을 내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나의 등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껴안으며 서로의 등을 어루만져 주면
얼마나 가슴이 따뜻해지는지
얼마나 서로에 대하여 고맙고
행복해지는지
나의 등을 내가 볼 수 없는 것은
다행이다
나의 등을 내 손으로 긁을 수 없는 것이
참 다행이다.
김종원 시인의 <등>
스스로는 볼 수 없어
솔직할 수밖에 없는 등.
솟아오르는 감정들을 감추려 애를 쓰지만
금세 누군가에 읽히는 건 등이 있어서일 거예요.
하지만 다행입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으니까요.
가장 힘든 순간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등을 쓰담쓰담,
토닥토닥 해줄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