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6 (월) 어느 벽보판 앞에서
저녁스케치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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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벽보판 앞
현상수배범 전단지 사진 속에
내 얼굴이 있었다

안경을 끼고
입꼬리가 축 쳐진 게
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

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
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
벽보판 앞을 평생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알았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정호승 시인의 <어느 벽보판 앞에서>


가끔 거울을 보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얼굴은 성격이고 나이 들수록 삶이 드러난다는데,
미간 사이 주름은 일 때문에,
이마의 주름은 자식 때문에,
처진 입꼬리는 배우자 때문에.
‘이그 웬수들 땜에 이게 뭐야’ 하다 터진 웃음.

웃음으로 환해진 얼굴을 보고야 깨닫습니다.
얼굴은 내 마음의 거울이란 걸.

고운 맘, 아름다운 미소로 주름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앞으론 누구보다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해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