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4 (화) 종암동
저녁스케치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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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 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박준 시인의 <종암동>


어머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고
아버지도 아빠가 그립다는 걸
왜 이제야 알 것 같은지.

험한 세상에 이름만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아버지.

땀내 가득한 아버지 냄새가
치열한 삶의 체취인 걸 알았다면
그리 밀어내지 않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를 따라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이 그리움.

아버지, 잘 지내고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