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5 (목) 그 여름 밤
저녁스케치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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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여름
뒤꼍 우물가에 목물할 땐
심장에 소름이 돋고
칼끝의 짝! 소리에
우물에서 건져 올린 수박에
서릿발이 서는 밤이면
하늘에는 별들의 잔치가 열렸었지

생풀 타는 매콤한 연기를
어머니의 부채바람에 날리며
앞뒷문 열어 제친 모기장 속의 단잠이
홰를 치는 새벽을 밀어내고
이슬 먹은 풀벌레 소리에
삼복도 맥 놓고 지나갔었지
열대야! 그 여름에는 이런 것도
없었는데

최경신 시인의 <그 여름 밤>


부채는 에어컨으로,
모기불은 전자 모기향으로,
이슬 먹은 풀벌레 소리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로
바뀌어버린 도시의 여름 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립지 않느냐고 말을 걸어오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