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7 (토)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저녁스케치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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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 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나희덕 시인의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요란한 소낙비에
때 이른 낙엽이 길가에 쌓였습니다.
더는 버틸 힘이 없어 떨어졌다는 걸,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나무가 울창한 계절에 져버린 잎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져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