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3 (금) 그해 여름 아버지
저녁스케치
2021.07.23
조회 423

대지가 뒤끓는 대낮
대청마루 뒤안길은
여름 바람이 몰래 지나가는 길
뒷문 열어 제치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솔솔이 바람
반질반질한 대청마루 바닥에
목침을 베고 누워
딴청을 부리시던 아버지
매미소리 감상하며
소르르 여름을 즐기시던 우리 아버지

김용수 시인의 <그해 여름 아버지>


아버지가 시원하게 등목하고
대청마루에 누워 단잠을 잘 때면,

수박 드릴까요, 물 좀 떠올까요,
부채질 해드릴까요, 걱정스레 묻는 나에게
그럴까? 하시던 짖굿은 아버지.

뒤늦게 그 자리가 명당인 걸 알았지만
이젠 따져 물을 아버지가 없습니다.

대청마루 바람 길에 자리 잡고 누워
뜨거운 한낮의 태양을 피하고 나면
그래도 날만 했던 어린 시절의 여름,

능청스런 아버지의 미소가 새삼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