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9 (목) 엄마 무릎
저녁스케치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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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 놓은 휴지 조각에 귓밥을 털어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르르 잠결에 빠져듭니다.

임길택 시인의 <엄마 무릎>


엄마의 냄새는 참 다정한 것 같아요.

좀 더 가까이서 그 향을 맡고플 때면
귀이개 하나를 쓰윽 내밀곤 했죠.

그렇게 파고든 엄마의 품속에선
이름 모를 달큰한 향이 나곤 했어요.

어릴 땐 힘에 부칠 때 유난히 그 향이 그리웠는데,
이젠 웃고 있을 때도 그 향이 스치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