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2 (화) 잠깐의 민박
저녁스케치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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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깨를 빌려
잠시 묵었던 적 있습니다
낡은 침대처럼 저녁이 한쪽으로 기울 때
삐걱거리는 심장 소리가
노을빛으로 귀에 번져 왔습니다
어찌 들으면 그건 또
먼 숲 나무들의 허밍 같아서
꿈속으로 자고새 자고새 자고새
자꾸 모여들었습니다
새들과 함께 나는 연습을 하다가
당신 비탈진 어깨엔 늘
아픈 바람이 머무는 것도 알았습니다
버스와 함께 출렁이면서
우연히 들렀던 민박,
그곳에서 잠깐 쉬는 동안
사람이라는 방이 얼마나 아늑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 닫아 두었던 나의 방에도
당신을 들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길상호 시인의 <잠깐의 민박>
어깨만큼 편안한 안식처가 있을까요?
한 뼘도 되지 않을 작은 공간이지만
마음이 오갈 데 없는 날
애써 표정을 감추어야 하는 날엔
아늑한 그 자리에서 다친 영혼이 쉬어갑니다.
때론 그이의 기울어진 어깨에
내 마음까지 얻기가 미안하지만,
선뜻 내어준 마음이 고마워
오늘도 모른 척 그이의 어깨에 기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