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5 (금) 진짠데
저녁스케치
2021.06.25
조회 504

진짜야
비오는 날 혼자 처량히 비 맞고 있는
공중전화가 쓸쓸해 보여
그냥 한번 들어갔던 거야

​진짜야
마침 그 안에 동전이 남아 있었고
그냥 끊으면 낭비잖아
그래서 한번 걸어봤던 거야

​진짜야
전화 걸 마음도 없이 들어갔으니
막상 생각나는 번호가 있어야지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눌러봤을 뿐이야

​진짜야
그 애가 받을 줄 몰랐단 말야
생각해 봐 얼마나 당황했는지
놀래서 그냥 끊은 것뿐이야

​......진짠데

원태연 시인의 <진짠데>


할 말을 준비해 몇 번이나 연습했는데,
실수할까봐 메모까지 해서 전화를 걸어서는
‘여보세요’란 말도 다 듣지 못하고 얼른 끊곤 했었죠.

두고두고 놀려대는 친구에게 갖은 핑계를 댔었는데
가끔은 그 때 미친 척 용기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단 말은 아녜요.
에이, 거짓말하지 말라구요?

진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