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8 (월) 좀 천천히 가시게
저녁스케치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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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시게
뭘 그리 급히 가시나
가시다 넘어지시겠네
그곳에 꿀이라도 발라놨나
제발 좀 천천히 가시게
누가 안 쫓아 온다네
좀 쉬었다가 가시게
그리 급히 달리다 허망한 날 올걸세
왜 이리 살았나 먹먹할 날 올걸세
날 잊어버리고
살아 온 세월 분명 후회할걸세
나중에...
나중에만 외쳐 된 그날들을
분명 땅을 치며 후회할 날 올걸세
잠시 좀 쉬어 가시게나
길가에 핀 꽃도 좀 보고
뒹구는 낙엽도 보며
계절이라도 좀 느끼며 가시게나
옆사람 마음도 좀 헤아리고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하면서
좀 천천히 가시게나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아프면 다 소용없는걸
몸뚱아리 망가지면
밀려오는
그 서러움 어찌 감당하려고
누구 하나 대신해 줄 이 없을 텐데
혼자만 서러워 어찌 하려고...
그대
조금 쉬면서
천천히 가시게나
지금의 행복은 지금밖에 없다네
나중이란 행복은 없다네
지금 행복하시게나
김현미 시인의 <좀 천천히 가시게>
그러게 뭐가 그리 바빠 앞만 보고 사는지.
하루에도 여러 번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과도 인사하고,
소낙비에 젖어 싱그러워진 나무 그늘에서 쉬어 가고,
노을을 따라 한참을 걸어도 보고,
그렇게 짬을 내어도 시간은 충분한데 말이죠.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만 쫓느라 지금을 놓치지 않기를,
천천히 우리의 시간을 살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