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9 (화) 비빔국수
저녁스케치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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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로 만든 것은 국수이고
밀가리로 빚은 것은 국시라고
깔깔거리면서 이 저녁엔
딸애가 말아 온 비빔국수를 먹었다
부침개도 얼마쯤 부쳤고
갈비도 좀 곁들였지만
더운 여름날 저녁
한 바탕 웃음을 반찬으로 한
비빔국수가 특미라고 칭찬하며
바른 말로 나는 흡족해 했다
내가 국수를 좋아한 것이
언제쯤부터인지는 기억이 없다
날씨가 더우면 냉콩국수
기후가 좀 서늘하면 이바지 국수
기온이 뚝 떨어지면 수제비를 청한다
제깍 제깍 대령하는 고마운 아내
지금 내 배가 조금 나온듯 한 것은
순전히 밀가루 탓이다
아니다 그동안
거절하지 않고 조리해주는 아내 탓이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국수를 좋아하는 바로 내 탓이다
아무렴 어쩌랴
이 나이에 배가 조금 나와 보인다고 한들
오정방 시인의 <비빔국수>
입맛 없는 여름날,
밥 안 먹겠다고 우기다가도
물김치에 말아낸 국수에 눈이 반짝,
열무김치 송송 썰어 넣고
새콤달콤 비며낸 국수에 침이 꼴깍,
덕분에 허리에 두른 튜브는 도톰해지겠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여름을 날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