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 (금) 커피를 마시며
저녁스케치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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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신다.

​남 보기에라도
수평을 지키게 보이려고

​지금도 나는
다섯번째
커피 잔을 든다.

​실은
안으로
수평은커녕
몇 번의 붕괴가
살갗을 찢었지만

​남 보이는 일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해서
배가 아픈데

아픈데
​깡소주를
들이키는 심정으로
아니
사약(死藥)처럼
커피를 마신다.

신달자 시인의 <커피를 마시며>


크게 소리라도 지를 수 있다면 조금 덜 아플 텐데,
화가 치밀어도, 억울하고 답답해도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는 우리.

그러다 마음이 다 차버려 담아 둘 곳이 없을 땐
쓰디쓴 커피 한잔을 마셔봅니다.

그런다고 괜찮아질 리 없겠지만,
커피 때문에 속이 아프단 핑계는 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