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5 (화) 두부
저녁스케치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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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다 엉겨 붙은 네게로 자주 뭉그러졌다
당신은 반듯하고 각진 어깨를 수시로 파먹고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
말랑하던 여유는 사라져 버리고
늘 그랬듯이
한 조각마저도 먹히고 나서야
심장이 철창처럼 식었다는 걸 알았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계절을 걸러내면
뜨겁게 부풀어 오르던 허기를
다시 뭉칠 수 있으려나
틀을 만들고 눌린 마음을 부었지만
검은 봉지에 담긴 당신 한 모 물컹하게 식어 간다
김도이 시인의 <두부>
아무리 누름돌로 오래 눌러 단단해졌다 해도
태생이 몽글몽글한 두부는 쉽게 부서집니다.
살아가는 동안 쉴 새 없이 폭풍우를 만나며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우리 마음처럼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쉽게 부서져 덜 아픈 것일지도 몰라요.
비록 모습을 잃어도 은은하게 제 맛을 지켜내는 두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강한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