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6 (수)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저녁스케치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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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녹음해서 듣고 다니던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 듣다가
까맣게 잊었던 노래
그 노래를 좋아했던 시간까지 되찾고는 한다
그러니 새 노래를 더 알아 무엇 하나
이미 나는 너무 많은 노래를 좋아했고
그 노래들은 내 한 시절과 단단히 묶여 있는데
지금 들으면 간주마다 되새길 서사가 있어
귀에 더 두툼하고 묵직하니
이제, 모아둔 음반, 가려 녹음해둔 테이프를
새겨듣기에도 내 세월이 넉넉하지 않음을 안다
옷장을 열어보면
기워 입지 않고 버리는 부유한 세상으로 건너오며
한 시절 내가 골라 입었던 적지 않은 옷들
오늘 내 생애처럼 걸려 있거나 쌓여 있다
다 아직 입을 수 있는 옷들
반팔, 반바지는 헌 자리 하나 없다
그러니 새 옷을 더 사 입어 무엇 하나
문득 열 해, 스무 해 전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나는 그때 나이로 돌아간다, 그렇게 여긴다
사진첩 속에 멎어 있던 젊은 내가 햇살 속을 활보한다
새 사람을 사귀어 무엇 하나
내가 챙기지 못해 멀어진 사람들
아직도 할 말, 들을 말이 남은 헤어진 사람들
옛 주소록 여기저기 간신히 남아 있다
아주 늦기 전에, 그들을 찾아
지난 세월의 안부를 물으며 위로하고 위로 받고
거듭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간혹 용서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낳지 않은 사람들의 안부를 알아볼까
그 이름을 낮게 불러볼까
이희중 시인의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어느 날 서랍장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그 속에서 웃고 있는 그리운 얼굴을 봅니다.
어디서 무얼 하며 어떻게 살고 있나 싶어
앨범도 찾아보고, 낡은 수첩도 뒤적여보고,
편지함까지 뒤져서 찾아 낸 전화번호.
하지만 그간의 무심함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
선뜻 연락하지 못하고 번호만 만지작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