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8 (금) 밤차의 추억
저녁스케치
202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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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아득히 흘러간 시절
나는 서울행 밤차의
붐비는 삼등칸 통로에 서 있었다
지친 승객들은
선 채로 앉은 채로 모두 졸았다
어디선가 애기가 울고
열차 쇠바퀴 소리만 줄곧 들렸다
그때 나는 보았다
창가에 앉은 한 청년의 모습을
차창에 입김 호오 불어
거기 손가락으로 적던 고향 이름을
또 그걸 손바닥으로 쓸어 지우고
다시 적던 애인의 이름을
이동순 시인의 <밤차의 추억>
상경하는 열차에서 가슴에 새겼던 이름들.
어둠이 내린 도시를 달리는 지하철 한켠에 서서
희미해져가는 그 이름들을 다시 불러봅니다.
잊지 말아야지 새기고 또 새겼건만,
희미해진 기억 속에 몇 남지 않은 이름들.
그 이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나지막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