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9 (토)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저녁스케치
202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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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시면서
구슬픈 꽃 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부르는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손은 나물을 다듬으시지만 마음은 저편
상고머리, 빛바랜 사진 속의 어린 어머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의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
추억은 어머니에게도 소중하건만
자식들을 키우며 그 추억을 빼앗긴 건 아닌가 하고
마당의 봄 때문에 울었습니다.
신동호 시인의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짧은 파마머리, 목이 늘어난 티셔츠,
사시사철 몸빼바지 받쳐 입은 우리 엄마.
엄마에게도 긴 생머리에 미니스커트 입고
뾰족구두로 멋 부리던 봄꽃 같을 때가 있었을 텐데.
하도 속이 상해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니,
금세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가득한 화려한 옷장 안,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엄마의 봄날이 거기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