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8 (화) 처음의 자리
저녁스케치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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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안음으로
온 세상을 다 얻었다고 감격해 하며
소중한 것 끝까지 지켜 가리라
다짐했던 자리
가진 것은 빈 손 뿐이라도
너의 해맑은 미소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던 순수의 자리에서
얼마나 멀어져 가는지
사랑했던 그 순간에 남발했던 언어들은
부도 수표 되어 공중에 흩어진지 오래여도
현실이라는 단어 앞에 한 없이 작아지며
그때의 언약 애써 외면해 보지만
저 깊은 심연에선 언제나
그 방향만을 가리키고 있다
이병한 시인의 <처음의 자리>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말,
고생이란 단어를 인생에서 지워주겠다던 약속들.
그 많은 공수표는 세월 저편으로 흘러간 지 오래지만,
너 없인 안 된다던 거짓말 같은 진심을 믿기에
오늘도 평생지기와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마주보던 설렘도, 나란히 선 지금의 편안함도,
모두 사랑이란 걸 이젠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