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4 (화) 지친 친구에게 보내는 시
저녁스케치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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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기분은 괜찮은가?
자네가 요즘 힘들다 해서 묻는 말일세!
문을 열고 나가서 세상을 한 번 보시게!

어떤가?
언제나 세상은 그대로이며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은가?

비가와도
눈이 내려도
광풍이 휘몰아쳐도

여전히 해는 뜨고
또 여전히 땅은 그대로 있으니

자네 가슴으로 불어와
꽁꽁 얼어버린 찬바람일랑은
저 햇살 아래에 서서
녹여 떠나보냄이 어떠한가?

어느 곳
어느 땅이건
그 중심에는 언제나 자네가 서 있다네

그러니 중심 잘 잡으시게
자네가 휘청거리면
세상이 거세게 요동친다네
자네 휘청거리면
나는 넘어지는 신세니 한 번 봐주시게
여보게,

세상의 중심!
그래, 자네 말일세!

자네가
태양을 집어삼킨 가슴으로 살기를
내 간절히 바라네

자네 식어있는 가슴을
지난날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다시 한 번 활활 태워보시게

힘을 내시게
내 응원함세

자네가 세상의 중심이잖은가!
자, 내 손을 잡으시게
다시 일어서서
저 태양을 집어 삼켜버리시게!

전진탁 시인의 <지친 친구에게 보내는 시>


세상을 호령할 거라며 큰소리 칠 때가 있었지.
그 땐 맘먹은 대로 다 될 거라 믿었으니까.
세상이 그리 물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모진 풍파에 넘어져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지만,
그래도 친구야, 우리 철없는 그 때로 돌아가지 않을래?
세상은 여전히 우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우리 삶의 주인공은 우리잖니.
그러니 친구야, 힘들면 내 손을 잡아.
늘 곁에서 손 내밀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