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3 (목) 가족사진
저녁스케치
2021.05.13
조회 481
아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딸아이마저
서울로 가게 되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아는 사진관을 찾아가서
두 아이는 앉히고 아내도
그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뒤에 서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다
미장원에 다녀오고 무쓰도 발라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어보았지만
그만 찡그린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떫은 땡감을 씹은 듯
껄쩍지근한 아내의 얼굴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나의 얼굴
그것은 결혼 25년만에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세상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가족사진>
매일 보는 가족의 얼굴인데 막상 떠올려보면
어떤 표정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가족의 일상을 담아두곤 해요.
자다 깬 부스스한 얼굴, 깔깔대며 웃는 얼굴,
서럽게 우는 얼굴, 장난기 가득한 얼굴,
못생겼다며 지우라는 가족의 성화에도,
행복 속에 부대끼며 사는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게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