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5 (토) 선생님도 울었다
저녁스케치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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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밤에 학예회를 했다.
그런데,
할머니도 아빠도 안 왔다.
할머니는 콩 타작하느라 안 오고
아빠는 밤에도 공사 일 하느라 안 왔다.
강욱이는 할머니도 오고
엄마도 오고
아빠도 오는데,
나는 한 명도 안 왔다.
연습을 하다가 눈물이 나와
수돗가에 가서 세수를 하며
혼자 울었다.
그때 우리 선생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나를 보고
왜 우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이 안 나왔다.
선생님이 나를 보고
아무도 없는 교실로 들어가
왜 우냐고 또 물었다.
눈물을 자꾸 닦으며
오늘 할머니도 아빠도 안 온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 눈물이 나왔다.
선생님이 나를 꼭 껴안았다.
선생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눈물을 닦으며 선생님을 봤더니,
선생님도 운다.
나는 더 슬퍼져서
선생님을 꼭 껴안고 크게 울었다.
우리 둘이 울었다.

세희 어린이의 <선생님도 울었다>

-김용택 동시집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중에서-


하굣길에 선생님은 혼자인 아이를 부르셨죠.

구구단을 다 외고 가거라.
세숫대야에 물 길어다 놓거라.

입을 삐죽 내밀고 심부름을 마치면,
손수 싸온 도시락을 쥐어주던 선생님.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그 때 그 아이들은
누군가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