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3 (금) 라일락
저녁스케치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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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히 무리 지어
서로들 몸을 비비고 있는
보랏빛 꽃도
더없이 아름답지만
말없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
잠시 코끝에 스치다가는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꽃으로
너는 사람으로
이 땅에 잠깐 머물다 가는
안개 같은 생.
나쁜 마음일랑 먹지 말고
어두운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나같이
밝고 순하게 살다가
좋은 향기 한 줌 남기고
후회 없이 떠나는 게 어떠냐고
내 가슴에 대고 조용조용
속삭이는 라일락.

정연복 시인의 <라일락>


꽃의 향기는 꽃이 지면 사라지지만,
사람의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그중에서도 순수한 사람의 향기는
가슴 깊은 곳에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죠.

그런 사람의 향기는 그저 향기가 아닌,
잊고 있던 따스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에 마음이 옵니다.
마음의 향기가 있어 더없이 아름다운 봄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