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7 (화) 완행열차
저녁스케치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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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허영자 시인의 <완행열차>


역마다 정차하며 느릿하게 가던 열차,
그 열차가 주던 여유와 느린 시간이 그립습니다.
무조건 빠르게, 더 빠르게 바뀌는 세상,
거기에 맞춰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가끔은 홀로 정차해 멈춰진 시공간을 걷습니다.
노포의 간판, 아스팔트 사이에 핀 꽃들,
골목어귀에서 만난 길고양이.
그 사소한 발견이 주는 편안함이 좋아
오늘도 완행열차처럼 느릿하게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