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6 (수) 쌀밥
저녁스케치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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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던
쌀밥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시절
밥사발엔 고구마, 감자 덩어리
그것을 빼 먹으면
동굴이 몇 개 뚫린다

쑥과 무, 시래기를 넣어
쌀을 대신하고
보릿고개 꽁보리밥은
볼탱이 양쪽으로 몇 번씩 미끌어지고
명절 때나 고기 맛을 본 가난
밥이 힘이고 웃음으로 피었다

그게 한이 되어 지금도
성공이나 삶의 정도를
밥으로 말한다
누구는 밥 먹고 살만 하다든지
밥술이나 뜨고 살고 있다든지

이제
안 먹어서 못 먹는 쌀밥
먹을 것 지천인 세상
어렵게 살다 가신 부모님이 목에 걸린다

조남명 시인의 <쌀밥>


어린 시절엔 너무 가난해서,
자식 키우면서는 자식 먼저 먹이느라
정작 본인에겐 평생 인색했던 부모님.

이젠 산해진미 다 사드릴 수 있는데...

쇠약해져 삼키지 못하는 모습,
이미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올려 진 음식들을 볼 때면
명치부터 목구멍까지 뜨거워져 견딜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