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9 (토) 외식하던 날
저녁스케치
20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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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보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깨물어 주고 싶고
미운 짓을 하여도
뽀뽀해주고 싶은
작은 얼굴
나의 반쪽이다.
그 아이를 낳을 땐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신생아 중환자 문턱을
애달프게 쳐다보았던 기억들
이젠 처녀티가 물씬 풍기는 아이가 되어
요구사항도 부쩍 많아졌다.
“엄마 어지러워”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그래”
“그럼 오늘 아빠 꼬셔서
고기랑 냉면 먹으러 가면 안 될까? 안되겠지...”
하고 웃는 예쁜 막내딸
엄마 아빠 그날은 외식 날이다.
박효찬 시인의 <외식하던 날>
곁에 와 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기다가도,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고
제멋대로인 모습에 부아가 치밀고
말은 어찌나 청산유수인지.
그래, 자식은 전생에 진 빚을 받으러 온 거라니
맘을 비우자고 맘을 다독이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껌딱지처럼 찰싹 붙는 아이.
속지 말자 그리 다짐했건만,
오늘도 여지없이 꽁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