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 (월) 끈
저녁스케치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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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사당역
계단을 내려가다 운동화 끈 풀렸다
가파른 계단 끝에서
늘어진 끈 묶는다

스쳐 간 수많은 길들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발길을 힐끔힐끔 넘겨보며
풀어진 내 신발 끈을
힘껏 조여 보는 시간

환승역에 이르러 풀린 끈을 고쳐 매듯
한 번쯤 내 운명을 바꾸고 싶어진다
끈들이 달려가는 미로 끝
앞뒤엔 문이 없다

정지윤 시인의 <끈>


봄이라는 계절 앞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기 좋은 지금.

지나온 날의 다섯 배나 되는
올해의 기나긴 날들이 남아있지만,

마음은 왜 이리 느슨해지고
하려던 일은 더디게만 진행되는지.

지금은 겨울과 봄이 만나는 환승 구간,
느슨해진 마음의 끈을 묶기 좋은 시간.

남은 열 달을 거뜬히 달릴 수 있을 만큼
마음의 끈을 단단히 고쳐 묶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