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 (수) 초행길
저녁스케치
2021.03.03
조회 447

삶은
초행길이었다.

풀 한 포기
바람 한 줄기
낯설지 않는 게
없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정처 없이 떠도는
구름을 만났고
잿빛으로 얼룩진
계절도 만났다.

수평선 너머
꿈꾸던 바다에서
돛배가 되고
등대를 만났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도
나에게 열린 길은
초행길이었다.

문득 돌아보면
찰랑,
그리움이 고였고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삶은
늘...
초행길이었다.

미풍의 옷자락이
덧없이 스치고
지난한 시간이
바스락거려도

나는
꿈결처럼 몽롱한
초행길을 걸었다.

이종희 시인의 <초행길>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는 인생길.

어느 시인은 매일이 새날이라며
하루하루를 반갑게 맞자고 했고,

힘들다는 푸념에 친구는
이젠 좀 익숙해지라며 다독이지만,

그래도 인생길은 늘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누구에게나 초행길.

천천히 걸으며 마주치는 모든 것과
눈 맞추며 사랑을 속삭이다 보면

낯섦도 잠시,
아름답게 수놓인 인생길이 보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