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5 (금)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저녁스케치
2021.03.05
조회 453

어느 해 늦가을 어머니께서는
평생 처음 써보신 편지를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자식에게 보내셨지요.

서툰 연필 글씨로
맨 앞에 쓰신 말씀이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국민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셨지만
어찌어찌 익히신 국문으로
"밥은 잘 먹느냐"
"하숙집 찬은 입에 잘 맞느냐"
"잠자리는 춥지 않느냐"

저는 그만 가슴이 뭉클하여
"만이" 웃지를 못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그해 가을처럼 찬바람이 불어오는데

하숙집 옮겨 다니다가
잃어버린 편지는
찾을 길이 없습니다.

하릴없이 바쁘던 대학 시절,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올 때까지
책갈피에 끼워두고
답장도 못 해드렸던 어머님의 편지를.

서홍관 시인의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삐뚤빼뚤한 글씨에 맞춤법 다 틀려도
엄마가 뭐라고 썼는지 다 알아봐요.
그러니까 엄마,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지도 쓰고 문자도 자주 보내요.
그런데 엄마, 이렇게 써요.
‘밥은 먹었어?’
‘잠은 잘 잤고?’ 그러지 말고
‘보고 싶다’ 그렇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