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6 (토) 응어리
저녁스케치
2024.07.06
조회 373


초등학교 시절
막무가내 고집과 성화에 못 이겨
읍내 5일 장날
텃밭에 심은 고구마며 강낭콩이며 이것저것 챙겨
하얀 운동화 하나를 장만해 오시다가
뒷산 비탈길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져 크게 다치셨다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나실 때
그 상처가 남긴
무릎에 움푹 패인 흉터를
끝내 털어내지 못하고 그냥 가져 가셨다

세월이 꽤나 흘러 잊혀 질만도 한데
가슴 한쪽에 늘 응어리져 있다
이따금
형제들이랑 희끗희끗한 머리를 맞대고
두레상에 모여 앉는 날이면
더욱 커져서 철석같이 달라붙는다

언제나 풀릴 수 있을런지
어머님과 그 흉터가 늘 기억 속에 살아 있으니 말이다

경규민 시인의 <응어리>

그때 미안하다고 할 걸
늦기 전에 고맙다고 할 걸
떠나기 전에 사랑한다고 할 걸

뒤늦은 후회들이 응어리가 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을 쿵쿵 때립니다.

그러니 상처 준 일이 있다면 흉지기 전에 얼른 사과하고,
아파도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이젠 그만 잊어요.

그래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응어리가 있다면
미안함 보단 고마움으로 하나씩 지워가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