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1 (목) 난꽃
저녁스케치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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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돌아와 망연히 앉았는데
난이 꽃을 피웠다
세상일로 참혹해하거나 말거나
실의에 젖어 있거나 말거나
난은 연둣빛 맑은 꽃을 피운다
남쪽에서 몰려온 태풍이 나무뿌리를 뽑고
간판을 떼어 땅에 던져도
잿빛 구름으로 덮었던 하늘을 누가
밤새 물걸레로 말끔히 닦아놓았다
너만 절박하냐고
매미는 있는 힘을 다해 울며 나뭇잎을 흔들고
작심하고 욕을 해대던 사람들도
대부분 휴가를 떠난 주말
억울해할 것 없다고
지는 날 많은 게 인생이라고
난은 말없이 꽃을 피우고 앉아 있다
도종환 시인의 <난꽃>
황량한 들판에서 꿋꿋하게 피어난 들꽃과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난꽃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건
잔뜩 웅크리고 견뎌낸 힘겨움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혹여 인고의 시간이 더디게 가더라도 조바심 내지 말아요.
꽃도 몇 해씩 영양분을 비축하고 때를 기다리는걸요.
그저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그 무엇이 마음을 흔들고 앞을 가로막아도
우린 언젠가 귀하게 피어날 꽃이라는 걸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