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3 (토) 섬
저녁스케치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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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안도현 시인의 <섬>
우리는 모릅니다.
바다에 고고하게 떠 있는 섬의 고독함을.
모진 풍파에 살을 깎는 아픔에 시달린다는 것을.
또한 우리는 모릅니다.
곁에 있는 이가 외딴섬처럼 외로워한다는 걸.
갖은 시련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머잖아 알게 될 겁니다.
섬은 풍파를 견뎌내며 수려한 풍경을 갖게 된다는 걸.
섬은 지독한 고독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는 걸.
우리 사는 일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