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5 (금) 당신이 필요한 날
저녁스케치
2021.02.05
조회 565

목욕 버튼을 눌렀습니다
전화를 받다가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잊어버렸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어서
익숙한 서랍만 뒤적거렸습니다

찌개를 데우다가
샤워하려고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냄비가 속처럼 타버렸습니다

속상해서,

위로 받으려고
전화기를 손에 들고 한참을 찾았습니다

당신이 필요한 날입니다

주영헌 시인의 <당신이 필요한 날>


혼자서 잘해보려고 그렇게 애썼건만,
일이 풀리기는커녕 돌이킬 수 없이 꼬이는 날.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픈데,
당신이 곁에 없단 사실에 다시 한 번 주저앉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에 먼저 연락하진 않겠지만,
뚫어져라 휴대전활 보며 텔레파시를 보내봅니다.

오늘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이 필요한 날이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