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1 (목) 까치설날 밤엔
저녁스케치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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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까치설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지
엄니가 사주신 새 신발을
마루에 올려놓고
누가 가지갈까
잠을 설치던 추억,
바람에 문풍지 우는 소리만 들려도
벌떡 일어나
어둠 깔린 문밖을 바라보다
밤을 새우던 설날에
아버지는 뒤척이는 날
깨우신다
큰댁에 차례 지내려 동생
손잡고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걸어갈 때
질기고 질긴 기차표통 고무신이
눈 위에 도장을 꾹꾹 찍어 놓고
기찻길을 만든다.
칙칙폭폭 기차가 레일위로
뿌연 연기를 내 뿜으며
달려간다
마음의 고향으로...
윤갑수 시인의 <까치설날 밤엔>
꼭 성공해 금의환향 하리라 다짐하며
지긋지긋한 가난의 추억밖에 없는
남루한 고향을 등지고 살아 왔건만,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 질수록
이상하게도 그 고향이 더 그리워집니다.
타향살이의 모든 설움 뒤로 하고
떠나온 그 길 따라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가슴 아린 날들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