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7 (수) 혼자인데 왜, 가득하지
저녁스케치
2021.02.17
조회 563
적막을 펴서 거실에 깔아요
혼자인 밤이에요
세 개의 방문을 열어놓고 빈방에서 노는
적요도 거실로 불러요
남편은 출장을 갔고요
큰딸은 여행을, 작은딸은 세미나
떠난 사람들이 혼자 남은 날 위해
걱정하는 말들을 카톡으로 날려요
하.하.하
그대들이여! 별걱정 다 하십니다
미치도록 재미있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 줄게요
일단 거실 블라인드를 올려요
창문을 열고 옅게 돋아난 조각달을 데려와요
읽고 싶은 책으로 머리맡에 성을 쌓아요
그리고 외간남자를 곧바로 불러들여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좋겠어요
큰 댓 자로 누우면
아, 자유, 자유, 자유,
자유는 무엇으로 짠 기름이길래
이리 고소할까요
적막과 적요와 고요를 섞고 자유를 듬뿍 뿌려요
참깨보다 몇 배나 고소해요
온몸으로 퍼지는 가득함이 근사합니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돌아오는 날이 길어져도
절대 그대들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경옥 시인의 <혼자인데 왜, 가득하지>
아주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 시간은 평소와는 다른 사고,
다른 감정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니까요.
그렇게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껴야 해요.
온전히 나로써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