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8 (금) 엄마 만두
저녁스케치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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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추위에 내리는 눈들이
흙이며 나뭇잎
메마른 땅 벌거벗은 나무를
하나하나 소복소복
감싸 안았다

그날 엄마는
땅속에 묻어놓은 김칫독을 열고
풀 죽어 잘 익은 것을 꺼내
쫑쫑쫑 썰어서
속을 다지고
두부를 으깨고
삭힌 고추를
동강동강 잘라서 다지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놈들 하나 둘 불러 모아서
서로 사이좋게 놀라고
어르고 치대고
속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포대기로 야무지게 싸맸다

솥에 앉히고 뜨거운 열기로
몽올몽올 쪄내면
흩어져 있던 식구들
만두소처럼 모여들었다
터뜨려 먹는 사람
베어 먹는 사람
통째로 먹는 사람
으깨어 비벼먹는 사람
성격도 개성도 다른 식구들을
엄마는 늘 만두처럼 감싸 안았다

나상국 시인의 <엄마 만두>


엄마의 품 안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픈 자식,
늘 손이 더 많이 가는 자식,
너무 애쓰는 모습에 안쓰러운 자식,
그렇게 닮은 듯 다른 자식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고됨도 잊은 채 어르고 달래고
아껴가며 자식들을 감싸 안던 엄마의 품.

뜨거운 만둣국에 추운 몸을 녹이고 있자니
포근한 엄마의 품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