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6 (화) 연탄불
저녁스케치
2021.01.26
조회 426

고1때 방 한 칸 얻어 할머니와 자취하던 방
연탄 한 장으로 24시간을 버티던 방
그 방 지금 그립다

아랫목에 이불 한 장 깔아 놓고
밥 한 그릇 떠 이불 속에 넣어 두고
날 기다리던 방
그 방 지금도 춥다

노란 부리에 송곳니 같은 꿈 키워내던 방
냉골이 더 시원하시다며 윗목에서
늘 새우잠을 주무시던 그 방
시린 목 줄기에 선명히 떠오르는 사람 하나
그 사람 지금 그립다

누군가의 시에서 ‘지상의 방 한 칸’을 노래하였듯이
이 지상에 내 소유로 된 방 한 칸 없었어도….

이영춘 시인의 <연탄불>


윗목이 좋다는 어머니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차마 아랫목을 내어주지 못했던 어린 시절.

이렇게 이별이 빨리 올 줄 알았으면
‘어머니 품이 좋아요’하며
어머니와 아랫목에 함께 누웠을 텐데.

분명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방에 누워 있는데,
어째 코끝은 더 시리기만 한 겨울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