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3 (토) 봄
저녁스케치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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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무겁다
꽃, 잎, 벌, 나비
그리고 이따금 빗줄기까지
봄비 속에서는
아련한 추억마저 짐이 된다
무게를 감당하는 법
알맞게 들어내는 법
봄 속에서 하나씩 배우며
꺼풀 보내고 촉을 붙들며
나는 거듭날 만큼의 무게로
적당히 빈다
안웅 시인의 <봄>
봄이 되면 모든 게 나풀나풀
흩날릴 만큼 가벼워집니다.
제일 가벼워져야 하는 건 마음인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봄비에 한 뼘 더 자라나는
이름 모를 작은 풀들을 봅니다.
제 몸 보다 무거운 빗방울을
머금고 있다 다치기 전에 떨어뜨리는
비움과 채움의 절묘한 타이밍이란.
봄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도 완연한 봄날이 오길 바라며
근심방울들을 하나씩 떨어뜨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