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5 (월) 꽃잎이 지던 자리
저녁스케치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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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 졸고 있는
빈 의자에 앉아
꿀벌이 잉잉거리는 꽃잎을 보며
너를 추억한다

둘이 앉아 깍지 끼던 자리
지는 꽃잎들이 허공을 맴돈다
빈자리로 떨어지며 바람에 날린다

꽃잎 편지 주고받던 시절
저 꽃잎보다 많은 말 다 하지 못한 채
가슴만 물들이던 눈부신 봄날도
바람에 불려가 버렸다

깨알같이 써 내려간 곱던 네 글씨 같은
저 꽃잎은 떨어져
빈 의자에 자꾸 내려앉는데
네가 없는 오늘, 그때
꽃잎이 지던 자리에 앉아
너의 속눈썹 같은 낮달을 바라본다

조현광 시인의 <꽃잎이 지던 자리>


이르게 왔다 무심히 져버린 꽃들.
미련 없이 떠나는 뒷모습이
아련한 첫사랑과의 이별을 닮았습니다.
꽃잎이 진 자리에 남은 짙고 쓴 추억의 향기,
그 맘 달랠 길 없어 꽃잎 휘날리는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