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2 (월) 행복론
저녁스케치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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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 속에 묻어 놓을 것
추우면 최대한 몸을 웅크릴 것
남이 닦아놓은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히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며
특히 시는 절대로 쓰지도 읽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지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최영미 시인의 <행복론>
애써 담아두지 않으려 해도 잊혀 지지 않고,
기억할 거라 다짐했건만 언젠가는 비워지는 게
마음의 섭리이자 삶의 이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마음의 소용돌이가 일겠지만
밀물과 썰물처럼 순리대로 오가게 내버려 두자구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들에 겁먹지 말고,
우린 그저 하루하루의 행복에만 집중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