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3 (화) 길에 서서
저녁스케치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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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가보지 않은 길을 달려
여기까지 왔다
남들 다 쉽게 지나간 길을
너만 더 어렵게 왔다

나보다 빨리 지나간 사람들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 가서 쉬나
쉼 없이 달리다가
이 길의 끝에 닿으면 어떡하나

이만큼의 길도
나는 이미 지쳤는데
그들은 왜 그다지 빨리 가야하나

그들은, 쉬는 밤을
별과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별빛이 달려온 거리를
생각하며 반가이 맞을까

이러다가 나는
이 길의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마치지나 않을까
그저 남들 따라가는 나는
얼마나 불쌍한가

서정윤 시인의 <길에 서서>


길을 가다 눈에 보일 듯 말듯한
작은 꽃에 잠깐 멈춰서봅니다.

함께 걷던 사람이
저만치 앞서가도 기분 나쁘진 않아요.
분명 나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테지요.

하지만 구름이 그려내는 그림과,
바람과 들꽃의 대화에서 얻는
마음의 풍요로움이 더 좋은 걸요.

오늘도 애써 사람들의 뒤를 쫓지 않고
길 위에 서서 작은 기쁨들에 기대어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