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7 (목)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썼어요
저녁스케치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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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길
예쁜 부둣가 찻집에 잠시 머무르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빨간 느린 우체통 앞에서
당신과 처음 손 편지를 썼지요
한때 골목마다 서 있던 빨간 우체통
이제 편지들은 사라지고
꽃무늬 편지지에 십년 후 약속을 적어 넣고
느린 우체통에 넣었지요
빠른 것이 시간의 척도라지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오랜 기다림에 뼛속을 파고드는 오한도
약보다 편지 한 통에 따스함을 느끼는데
너무 멀어서 오지 못하였을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나
힘든 시간 소식을 건네주던 반가운 우체부
편지에 새겨진
색이 바래가는 우리의 약속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당신과의 시간
오랜 추억의 흔적을 끌어안고
아린 그리움을 적은 답장을 당신에게 보낸다
천도화 시인의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썼어요>
밤새 고치고 또 고쳐 적은 편지.
빨리 가야 할 텐데,
지금쯤이면 받았을 텐데,
답신이 올 때가 됐는데.
우편함을 열었다 닫았다,
결국 심통이 나
묵묵히 선 우체통을 흘겨보곤 했죠.
한 번의 클릭으로 안부가 전송되는 지금,
그 오랜 기다림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