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3 (수) 15도 각도로 기울어진
저녁스케치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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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뒤적이다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고개가 기울어진 나를 본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세상에 기대어온
몸과 마음의 각도를 쉽게 들키고 만다

내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기우는 것은
내 몸의 굽 한쪽이 오래된 구두처럼
너무 닳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갈아댈 수 없을지 모른다

사진은 내 사유의 짧은 흔들림마저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몸의 축을 이리저리 옮겨보던
갈등마저 읽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면 나는
무게중심으로부터
항상 1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15도 각도로 멀어져 있다

서안나 시인의 <15도 각도로 기울어진>


한쪽만 닳는 구두 뒤축처럼
이상하게 마음도 몸도 삐딱하게 기울어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겨우 잡고 서 있던 중심마저 잃을까봐
쉬 바로잡지도 못하고 선 나.

자꾸만 기울게 만드는 근심거리들
조금씩 내려놓아봅니다.

더는 균형을 잡지 못해 쓰러지기 전에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