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4 (목) 화이트 크리스마스
저녁스케치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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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나태주 시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지나가는 다정한 연인을 보며
‘한 때 나도 저랬었지’하다
문득 생각 난 말,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와.’
크리스마스가 뭔 대수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하는 말이
너무 늦은 답은 아니었길.
집으로 돌아가면 슬쩍 말해볼까 해요.

사랑한다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