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9 (화) 꼬리
저녁스케치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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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척추가 길어진 거라 했고
누구는 창자가 빠져나온 거라 했는데
면접시험 칠 때
애인과 마주 앉을 때
존경하는 시인을 만날 때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했고
돈 많은 사람
낯 두꺼운 사람
여유 넘치는 사람 앞에서는
슬쩍 꺼내어 살살 흔들었던,
차마 내키지 않는 일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일
참을 수 없이 화나는 일에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파르르르 떨리는 그것
고성만 시인의 <꼬리>
적절한 때에 자존심을 세우고 낮추는 일, 뜻대로 되지 않아요.
살다보면 자존심을 버리고 살아야 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불합리한 일을 보면 대차게 뒤엎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려야만 하죠.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나를 위한 순간엔,
우리의 자존심, 굳게 지키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