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 (화) 우아한 도둑
저녁스케치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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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키 작은 담장 너머로
쫑긋 고개 내민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오메 반가워라,
눈 환하게 와 닿는 마음
꽃보다 더 붉네
우아하니 두 발 곧추세워
내민 손끝에
난데없이 와 닿는
고함 소리,
-이보소, 왜 남의 꽃을 꺾고 그래싸요!
골목 먹먹히 울려대는
주인 아낙네의 낭창한 쇠갈음 소리
한데 이맘은 왜 이리 청정할꼬?
오늘은 바로
아내의 귀빠진 날
김희권 시인의 <우아한 도둑>
길에 핀 들꽃 한 송이,
붕어빵 서너 개도 좋다고 말하는 당신.
날 보며 환하게 아이처럼 웃는 당신은
보잘 것 없는 선물에 담긴 나의 마음을 봅니다.
당신이 웃으면 웃을수록
주체할 수 없이 커져만 가는 당신을 향한 이 마음,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