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6 (화) 세상에, 봄이라니요
저녁스케치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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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에도 봄은
오지 않을 줄 알았지요
마음 바깥에도 마음 안에도
쩡쩡 얼어있던 고드름,
겨울을 건너 겨울이 오고
그 겨울을 거듭 건너고 건너
창틀에 반짝이는 봄을
보지 못할 줄 알았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빙판의 겨울을 수없이 건너
세상에 봄이라니요,
다시는 영영 끝끝내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봄이
부드럽고 하얀 깃털처럼
무거웠던 어깨에도 손등에도
몰래몰래 내려앉고 있었네요,
중요한 건 마음에
희망을 간직하는 일,
실오리만 한 희망이라도
끝끝내 놓지 않는 일,
봄이라니요 봄이라니요
혼잣말하는 당신,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처럼
꽝꽝 얼어버린 얼음장 밑
숨을 죽이며 숨을 참으며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당신,
지금 울고 있는 당신,
울지 말아요

홍수희 시인의 <세상에, 봄이라니요>


겨우내 가로수가 입고 있던 뜨개 옷들이
이젠 좀 덥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시 겨울이 왔네요.

하지만 가로수 꼭대기에 잡힌 봉오리에도,
점점 늦어지는 해넘이 끝자락에도,
얼어붙은 마음에도 봄은 오고 있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요. 우리.